ETF 진짜 가치 NAV 괴리율 INAV 유동성공급자제도 LP

여러분은 ETF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하루 중 언제 매수하시나요? 개장하자마자? 점심시간에? 아니면 장 마감 직전에? 앞으로는 ETF를 매매할 때는 장 막판에는 거래하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장 마감 10분 전부터 거래하면 ETF의 원래 가치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데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드리려고 합니다.

순자산 가치, NAV

ETF의 원래 가치가 있고 내가 사는 가격은 따로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셨죠? 맞습니다. ETF는 여러 가지 주식을 모아둔 것입니다. 각 주식의 가격을 더한 것이 ETF의 적정 가치가 됩니다. 그런데 ETF도 펀드이기 때문에 운용보수를 떼겠죠. 예를 들어, ETF 운용보수가 1%라면 주식 거래일 수로 나눠서 매일 조금씩 떼게 됩니다. 그러니까 한 ETF의 진짜 가치는 ETF가 담고 있는 주식의 가치에서 수수료를 뺀 것이 되는 거죠. 이렇게 계산한 ETF의 진짜 가치를 우리는 순자산 가치, 영어로는 Net Asset Value, 줄여서 NAV라고 부릅니다.

추정 순자산 가치, INAV

ETF의 진짜 가치인 NAV로 모든 사람이 똑같이 거래하면 간단할 텐데 문제가 있습니다. ETF도 장중에 거래되지만, 동시에 ETF에 담겨있는 주식들의 가격도 장중에 계속 변합니다. 그러니까 ETF의 진짜 가치인 NAV도 실시간으로 계속 변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코스피 200 ETF라면 삼성전자가 장중에 급등하면 코스피 200 ETF의 가치도 같이 올라야겠죠. 그래서 한국거래소에서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ETF의 진짜 가치를 장중에 10초 단위로 계속 측정해서 알려줍니다. 이를 추정 순자산 가치, 영어 약자로는 INAV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ETF를 제값 주고 산다는 것은 장중에 계속 바뀌는 INAV와 가장 비슷한 가격에 ETF를 사는 것입니다.

괴리율

그렇다면 INAV 가격을 알아내서 그 가격대로 주문을 넣으면 되겠네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깁니다. ETF는 장중에 실시간으로 거래가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일반 주식처럼 ETF도 파는 사람이 있고 사는 사람이 있어야 거래가 체결됩니다. 일시적으로 ETF를 사려는 수요가 많으면 원래 가격보다 높게 거래되고,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낮아지겠죠. INAV와 실제 거래되는 가격의 차이를 우리는 괴리율이라고 부릅니다. 괴리율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ETF를 너무 비싸게 사는 일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원유 가격이 급락했을 때, 유가 상승분의 두 배만큼 수익 내는 원유 레버리지 ETF와 ETN에 돈이 몰리면서 기초 자산인 유가와 상관없이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유가가 하루에 10% 떨어지면 원유 레버리지니까 20% 떨어졌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 원유 레버리지를 사겠다고 하다 보니 5%만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날 유가가 제자리걸음만 해도 15% 이상 손해를 보게 됩니다. 다음날 사람들이 안 물렸을 때 샀다면 그냥 정가에 샀을 텐데요.

유동성 공급자 제도, LP 제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보통 거래소에서는 안전장치를 마련합니다. 그게 바로 유동성 공급자 제도, 약자로 LP 제도입니다. 사람들이 몰려들 때는 최대한 ETF의 원래 가치에 맞춰서 ETF를 팔아줍니다. 그러면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겠죠. 이 역할을 하는 것이 LP입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많이 팔면 ETF를 시장에서 사주기도 합니다. LP는 증권사들이 맡아서 ETF가 제 가격에 거래될 수 있도록 장중에 지켜보는 일종의 지킴이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ETF 가격을 지켜줘야 할 LP가 일을 하지 않는 시간대가 있습니다.

장 막판 10분

바로 장 막판 10분, 3시 20분부터 3시 30분 사이입니다. 이때는 LP가 호가를 대야 하는 의무가 면제됩니다. 그러면 왜 이 시간대는 LP가 호가를 안 대줄까요? 간단히 설명드리면, 이 시간대에 ETF가 담고 있는 일반 주식들은 단일가로 매매되기 때문입니다. 이 장막판 10분 동안에는 일반 주식이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10분 동안 사겠다는 주문과 팔겠다는 주문을 받고, 적절한 가격에 한꺼번에 체결시켜 종가가 정해집니다. ETF의 원래 가치에 맞춰서 ETF를 사고팔아야 하는 LP 입장에서 보면, 이 10분 동안 ETF가 담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멈춰있고 10분 뒤에 가격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 10분 동안 주식 시장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장 막판에 어떤 종목이 주문이 몰려서 종가가 확 튀어버릴 수도 있죠. 그러면 LP들은 ETF의 원래 가치에 맞춰 ETF를 사고팔아야 하는데, 이 10분 동안은 원래 가치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냥 대충 팔았다가 10분 뒤에 보니 ETF가 보유 중인 종목들이 급락해서 ETF 가치가 떨어져 버리면 LP들에게 엄청난 손해가 됩니다. 그래서 장막판 10분에는 LP들이 ETF 가격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라는 규정이 있는 것입니다. 미국 상장 ETF도 동일한지 궁금하실 텐데요. 미국은 한국 같은 동시호가제도가 없기 때문에 LP들이 장 마지막까지 호가를 대준다고 합니다. 따라서 국내 상장 ETF에만 해당됩니다.

실시간 NAV 변화 확인

그렇다면 ETF는 언제 어떻게 사는 게 가장 제값 주고 사는 방법일까요? 일단 장막판 10분을 제외한 장중에 매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거래량이 적은 ETF보다는 거래량이 많은 ETF가 제값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LP들이 가격을 대주는 걸 기다리지 않아도 투자자들끼리 서로 사거나 팔겠다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요. 그리고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ETF의 진짜 가치인 INAV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INAV는 증권사 HTS나 MTS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증권사마다 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추정 NAV, INAV 등으로 표시됩니다. 매수할 때 이 가격을 보고 지정가로 주문을 넣으면 됩니다. 가끔 포털이나 주식 정보 사이트에 따라 추정 NAV라고 쓰지 않고 그냥 NAV라고 표시돼 있기도 합니다. 이때 10초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INAV인지, 전일 기준 NAV인지 확인하려면 1분 정도 지켜보세요. 숫자가 업데이트되면 실시간 가치를 반영한 것이고, 가만히 있으면 전날 종가 기준 ETF 가치입니다.

요약

오늘은 ETF를 언제 사야 하는지, 그 이유와 ETF의 구조를 같이 설명드리려다 보니 길고 복잡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이 어려우셨다면 지금까지 내용은 거의 다 잊어버리셔도 됩니다. 대신 이 두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1. ETF는 장 마감 10분 전에는 거래하지 말자.

2. ETF 주문 넣을 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ETF의 진짜 가치 INAV를 보고 비슷한 가격에 주문하자.

이 두 가지만 하셔도 ETF 매매 시 손해 볼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것으로 이번 글을 마치며 다음에 더 좋은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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