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 존 보글은 투자 업계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는 당시 대부분의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이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초과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이 연구는 비단 미국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 현상이었습니다.
존 보글과 인덱스 펀드
이를 통해 보글은 단순히 시장의 평균을 추종하는 전략이 오히려 대다수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기존의 투자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습니다. 그의 생각은 단순 명료했습니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과 함께하라.” 이 철학은 당시 주류를 이루던 액티브 펀드 중심의 투자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었습니다. 1976년, 그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세계 최초의 인덱스 펀드인 First Index Investment Trust를 출시했습니다.
당시 이 펀드는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일부 비평가들은 이를 "게으른 투자"라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펀드가 혁신적인 투자 전략으로 평가받게 되었고, 이후 뱅가드 500 인덱스 펀드로 개명하며 현대 금융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ETF라는 형태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화하면서, 존 보글은 “개인 투자자들의 수호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S&P 500 ETF의 주요 특징
S&P 500 ETF는 미국 주식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지수를 기반으로 설계된 투자 상품입니다. 이 ETF는 500개의 대형 우량 기업으로 구성된 S&P 5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며, 세 가지 주요 특징을 갖추고 있습니다.
- 첫째, 다양한 산업과 섹터를 아우르는 500개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광범위한 분산 투자가 가능합니다.
- 둘째,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며, 시장 평균에 가까운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합니다.
- 셋째, 낮은 운용 비용으로 투자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이는 특히 장기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요소입니다.
미국 내에서는 SPY, VOO, IVV가 S&P 500 ETF의 대표주자로 꼽힙니다. 이들 ETF는 세계적으로도 규모 1위, 2위, 3위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가장 널리 거래되는 상품입니다. 한편, 한국 시장에도 S&P 500 ETF는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가 각기 다른 S&P 500 ETF를 출시하여,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ETF들은 대체로 저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어, 초보 투자자나 장기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OEF
일반적인 S&P 500 ETF가 모든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데 비해, 상위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특화된 ETF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ETF는 보다 집중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대표적으로 iShares S&P 100 ETF(OEF)는 S&P 500 중 대형주 100개를 선별하여 투자합니다. 이 ETF는 S&P 100 지수를 추적하며, 포함된 기업은 높은 유동성과 안정성을 갖춘 블루칩으로 구성됩니다. OEF는 Options on Exchange Traded Fund의 약자로, 이 ETF에 포함된 개별 주식은 옵션 거래도 가능합니다. 이는 종목별로 높은 시가총액과 거래량을 보장해야만 실현 가능한 특징으로, OEF의 강점을 잘 보여줍니다.
XLG, TOPT
한 단계 더 나아가, Invesco S&P 500 TOP 50 ETF(XLG)는 S&P 500 내 상위 50개 종목에 집중합니다. XLG의 티커는 Extra Large를 의미하며, 대형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조합니다. 이보다 더 좁은 범위를 다루는 iShares TOP 20 U.S. Stocks ETF(TOPT)는 상위 20개 종목만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합니다. 각 기업의 비중이 더욱 높아져 특정 종목의 성과가 ETF 전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집니다. 흥미롭게도, S&P 500 상위 10개 기업만을 다루는 ETF는 미국에 상장되지 않았지만, 한국에는 KCGI 미국 S&P500TOP10 ETF가 존재합니다. 이 ETF는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을 25%로 제한하여 과도한 종목 집중을 방지하면서도 높은 성과를 추구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성과 비교
구성 종목 수 | 500개 | 100개 | 50개 |
---|---|---|---|
티커 | SPY | OEF | XLG |
1개월 | 4.90% | 5.65% | 5.81% |
3개월 | 15.19% | 16.60% | 16.88% |
1년 | 38.17% | 41.14% | 42.03% |
3년 평균 | 9.94% | 11.49% | 11.99% |
5년 평균 | 15.88% | 17.63% | 18.83% |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 수의 차이에 따라 ETF 간 성과 차이가 나타납니다. 2024년 기준, SPY는 5년 평균 15.88%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OEF는 17.63%, XLG는 18.83%로 각각 더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단기 성과에서도 포트폴리오가 좁은 ETF일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정 대형주가 높은 비중을 차지함으로써 시장 상승세를 더 효과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SPY에서 엔비디아는 7%의 비중을 차지하지만, TOPT에서는 16%로 두 배 이상 확대됩니다. 이러한 비중 변화는 ETF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종목 수가 적을수록 특정 종목의 성과가 ETF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 리스크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선택일까?
성과 면에서 집중화된 ETF가 매력적일 수 있지만, 이를 적립식 투자로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 첫째, 과거 성과는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과거의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미래 수익을 과신하는 ‘과잉 확신 편향’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 둘째, 현재 빅테크 중심의 시장이 고평가 논란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버핏 지표로 불리는 총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GDP 비율은 200%를 초과하며, 이는 닷컴버블 당시의 150%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런 과열된 시장 환경에서는 집중된 포트폴리오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셋째, OEF, XLG, TOPT 등의 수수료는 S&P 500 ETF보다 훨씬 높습니다. 예를 들어, OEF와 XLG의 연간 총비용은 0.2%로, 0.03%인 VOO 및 IVV보다 6배 이상 비쌉니다. 포트폴리오가 적을수록 개별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자 방향에 대한 고민
ETF는 본래 시장 평균을 추적하며 비용 효율성과 분산 투자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상위 집중 ETF는 이러한 초기 철학에서 점차 멀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테마에 초점을 맞춘 ETF나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ETF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입니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과거 성과만을 기준으로 ETF를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의 투자 목적과 위험 허용 범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비용과 광범위한 분산 투자를 제공하는 S&P 500 ETF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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